리더의 자리는 왜 버거운가···감정까지 짊어지는 사람들

작성일   |    2025.11.12 조회   |   727 작성자   |   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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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리더에게 가장 큰 위협은 경쟁자가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불안과 고립감이다. 팬데믹 이후 하이브리드 근무, 세대 갈등, 권한과 책임의 불균형은 리더를 더욱 외롭게 만들고 있다.

현대 조직 속 리더들이 겪는 정서적 고립의 실체와 그 심리적 무게를 살펴보고, 조직 차원에서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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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정서적 고립에 빠지기 쉬우며, 스스로 감정을 잘 다스려야 조직의 안정감을 높일 수 있다. [사진=셔터스톡]

 

“외부의 적보다 무서운 건, 내 안의 의심이다.” <손자병법>에서 유래한 이 전술적 통찰은 오늘날 조직 내 리더들이 마주한 가장 치명적인 위협이 외부 경쟁자가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불안과 고립감임을 상기시킨다.

 

리더, 외로움의 무게

2023년 Global Leadership Forecast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조직적 위기는 리더십 파이프라인의 붕괴, 조기 이탈, 그리고 무엇보다 ‘리더의 외로움’이다.

팬데믹 이후 하이브리드 워크 환경, 세대 간 가치 충돌, 책임과 권한의 비대칭이 심화되며, 리더들은 그 어느 때보다 내면의 불안을 품은 채 조직을 이끌고 있다.

이제 이러한 정서적 부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성과를 위협하는 실질적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외로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한 사례나, 해외 유수의 컨설팅 회사들이 리더의 불안과 정서적 소진이 조직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경고한 것도 그 흐름의 연장선이다.

이러한 현상은 리더의 감정이 더 이상 사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님을 명확히 보여 준다. 막중한 책임, 전략적 판단, 조직 내 권력의 무게를 짊어진 리더들이 정서적 고립 속에서 조직을 운영할 때, 그 여파는 팀의 역동성, 조직문화, 성과 전반에까지 미친다.

리더는 완전무결한 존재가 아니다. 그 역시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다. 그러나 리더는 조직 내에서 가장 많은 기대와 책임을 동시에 짊어져야 하는 자리다. 일반 구성원이 실수할 여지를 허용받는 반면, 리더는 그 실수의 책임까지도 감당해야 한다. 이는 개인의 역량을 뛰어넘는 심리적 압박과 정서적 부담으로 연결된다. 

최근 심리학과 조직행동 분야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리더포비아(Leader phobia)’, 혹은 ‘Fear of Leadership’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리더 역할의 어려움을 넘어, 리더가 되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나, 리더가 된 이후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에서 비롯된 심리적 불안을 포함한다.

리더가 마주하는 가장 깊은 불안은 실패에 대한 공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에 대한 불안, 그리고 자신의 리더십 한계가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복합적 정서는 리더를 심리적 불안정 상태로 몰아넣고, 리더십 발휘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 10여 년간 리더의 정신건강과 감정에 대한 학문적·사회적 관심이 급증해 왔다. 학계에서는 2018년 바르사데(Barsade)와 오즈첼리크(Ozcelik)의 논문을 기점으로 리더십과 외로움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었으며, 최근 Lam 등(2024)의 리뷰는 리더십 맥락에서의 정서적 고립 현상에 주목하며 그 심각성과 파급력을 강조한다.

전통적으로 조직 내 부정 정서는 주로 부하직원의 스트레스에 초점을 맞췄으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원격 근무 환경과 구성원 가치관 변화는 리더십 자체에 새로운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리더의 정서적 고통과 불안을 탐색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관련 연구가 풍부하지는 않지만, 선행연구를 정리해보면 리더가 느끼는 부정적 정서도 계층에 따라 상이하다. 계층에 따라 초기 관리자, 중간 관리자, 최고 관리자 등으로 구분하여 그 내용을 살펴보면 보다 흥미로운 내용들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리더의 불안을 키우는 조직문화

우선, 초기 관리자는 리더로의 첫발을 내딛는 단계에서 역할 적응에 대한 불안, 자기효능감 저하를 경험하기 쉽다. 특히 팀을 잘 이끌지 못함으로 인해 팀 성과가 저하될 수 있다는 부담은, 리더 자신뿐 아니라 조직 전체의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다수의 연구에서 지적된다.

이러한 불안은 특히 초기 여성 리더나 성공한 경력자에게서 임포스터 증후군(Impostor Syndrome)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충분한 역량을 가졌음에도 ‘내가 정말 자격이 있는가’라는 내면의 의심은 결단력 저하, 팀 신뢰 약화, 리더로서의 자신감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신임 리더의 경우, 역할 경험 부족과 피드백에 대한 과민한 반응, 자기 노출에 대한 두려움 등이 주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간 관리자는 상위 경영층과 하위 구성원 사이에서 양측의 기대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이중적 위치에 놓여 있다. 이들은 장기적 스트레스와 자기 과잉 몰입에서 비롯된 번아웃 위험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

팬데믹 이후 업무량과 책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간 관리자들에게 정서적 소진(burnout)은 가장 흔한 부정 정서 중 하나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개념 중 하나인 ‘workplace FoMO(Fear of Missing Out)’는, 중요한 정보나 네트워크, 의사결정에서 자신이 배제될지도 모른다는 중간 관리자들의 불안을 칭한다.

상하 간 연결을 모두 유지해야 하는 중간 관리자는 자율성과 통제력 사이에서의 균형에 실패할 경우를 두려워하며, 더욱 큰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최고 관리자(고위 임원)는 리더십 여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조직 성과에 대한 전적인 책임, 그리고 의사결정의 무게를 견뎌야 하며, 동시에 정서적 고립감과 외로움을 강하게 느낀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CEO의 절반 이상이 “자신의 역할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는 개인적 고립이라기보다는 조직 내 동료, 상사, 심지어는 진정한 ‘논의 상대’의 부재에서 오는 정서적 단절이다.

또한, 후계 양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안, 질투, 두려움 등도 고위 리더의 대표적 부정 정서로 떠오르고 있다. 후계자의 성장이 곧 자신의 자리 위협으로 인식되는 순간, 일부 리더는 후계 발탁을 지연하거나 회피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며, 이는 곧 리더십 공백, 조직 위기, 변화 저항으로 연결될 수 있다.

아시아, 특히 한국 사회의 조직문화는 리더의 부정 정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맥킨지는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직장인의 번아웃 비율이 세계 평균을 웃돈다고 지적하며, 그 원인으로 권위주의적 문화, 기대에 부응하려는 자기 억제 경향 등을 꼽았다.

또한 한국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꼰대 문화’와 체면 중심적 커뮤니케이션은 리더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이나 고충을 드러내는 것 자체를 약점으로 여기게 만든다. 남성 중심 문화에서 감정 표현의 억제, 리더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암묵적 규범 역시 리더의 심리적 고립을 가중시킨다.

게다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MZ세대와의 소통 단절은 리더의 외로움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리더는 피드백을 주고 평가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에, 부하직원들 사이에서 ‘거리감 있는 존재’로 인식되기 쉽고, 이는 곧 상호 신뢰와 정서적 연결의 약화로 이어진다.

 

회복하는 리더, 회복하는 조직

오늘날의 리더는 그 어느 때보다 강인한 리더십을 요구받고 있음에도, 동시에 그 역할을 수행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그렇기에 지금은 리더의 불안과 정서적 상태를 조직 차원에서 제도적·문화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서는 고위 리더가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조직의 심리적 안전을 높이고 성과를 견인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HRD적 측면에서 본다면 이를 위해 리더 간 워크숍, 정서 코칭, 집단 토의 등 정서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 보다 활성화되어야 한다.

리더십 개발에서도 리더의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정서 조절, 회복탄력성(emotional resilience)이 핵심 프로그램으로 부각되어야 한다.

인사관리 차원에서도 리더에게 자율성과 재충전 기회, 심리적 지원 체계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며, 아울러 의사결정 부담을 덜어주는 권한 위임, 역할 재조정 역시 리더가 감당하는 무게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리더가 경험하는 감정은 단순히 스트레스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 불안, 외로움, 소진, 무기력, 자기효능감의 붕괴까지 이르는 이 복합 감정은 리더라는 자리가 지닌 본질적 고립성과 긴장감에서 비롯된다.

특히 명확한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리더의 심리적 압박은 일반 구성원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겉으로는 흔들림 없는 존재를 요구받는 리더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스스로 고립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이는 결국 조직 내 신뢰, 공감, 창의성, 소통의 부재로 이어지며, 리더뿐 아니라 팀 전체의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결국, 리더에게는 정서적 회복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 회복은 자신의 감정과 직면하고 이를 수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조직 또한 리더를 단지 성과 중심의 관리자나 영웅으로만 보지 않고, 감정적으로도 돌봄과 지원이 필요한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심지현 숙명여자대학교 인적자원개발학과 학과장
한국산업교육학회 편집위원장


본 글은 미디어스트리트의 품질경영 2025년 9월호에서 발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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